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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FASHION

'8:2 법칙'의 핵심이 된 머플러, 방한에서 스타일링으로

요즘 날씨에 옷 잘 입는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 머플러'를 두른다.

Editor 배터리(Better Lee)

2025.12.09

70

2025.12.09

70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패션계를 사로 잡은 it템에 대한 모든 것. 역사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할머니 머플러가 힙해진 이유, 바부슈카에서 머플러까지


작년 겨울 바라클라바가 M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바부슈카(Babushka)'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러시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바부슈카는 과거 러시아와 유럽 여성들이 방한을 위해 머리에 두르던 스카프에서 유래했다. 촌스럽고 힙한 '그랜마 코어(Grandma Core)'를 완성할 회심의 아이템으로, 목을 가리는 디자인이 핵심이다.

블랙핑크 제니는 부드러운 울 소재의 차콜색 바부슈카를 선보이며 이 유행을 예감했다. 턱 아래를 느슨하게 연출하면 내추럴한 분위기가, 살짝 조여주면 귀여운 매력이 더해지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켄달 제너 역시 니트 소재 바부슈카를 스퀘어 쉐입 선글라스와 매치해 포근하면서도 도시적인 아웃핏을 완성했다.


바부슈카 스타일링을 한 켄달 제너 ⓒGetty

 

단순히 따뜻함을 넘어 '어떻게 멋지게 추위를 이기느냐'가 MZ세대 겨울 패션의 핵심 화두가 된 것이다. 셀럽 사이에서 바부슈카가 화제를 모은 가운데, 바부슈카처럼 스타일링이 가능한 머플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쉽게 매치할 수 있고 보온성이 뛰어나 한겨울까지 손이 자주 가는 아이템이라는 평가다.

방한템이 어떻게 패션 아이템으로 재발견됐는지, 그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 현대인을 위한 3줄 요약


1. 바라클라바에서 바부슈카까지, 방한템 열풍 속에 나타나는 MZ 세대의 겨울 패션 특징
2. 패피들은 다 아는 8:2 법칙. 20% 포인트의 핵심이 된 '넥 아이템'
3. 글로벌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넥 아이템과 아우터를 결합한 토털 솔루션 제시

감춰야 할 실용품에서 드러내야 할 패션템으로

바부슈카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MZ세대가 방한 아이템을 '감춰야 할 실용품'이 아닌 '드러내야 할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크림 전쟁 당시의 바라클라바 ⓒFine Art America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바라클라바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 중반 크림전쟁에서 탄생한 군용 방한모 바라클라바는 과거 전장에서 남성의 전유물이었지만, 21세기 명품 브랜드의 재해석으로 감각적인 패션템으로 발돋움했다. 미우미우, 구찌, 시몬 로샤 등이 바라클라바를 런웨이의 주인공으로 세우며, 장원영·리사 등 K-POP 아이돌의 데일리템으로 거듭났다.

특히 야외 활동 시 착용하는 실용적인 패션을 뜻하는 '고프코어(Gorpcore)' 트렌드가 패션계를 강타하면서, 아웃도어 활동 시 바라클라바를 착용하는 MZ세대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추위를 막아주면서 스타일리시함까지 뽐낼 수 있는 방한 잡화가 여성 사이에서 트렌디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어 올해는 바부슈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거 러시아 할머니들의 스카프였던 바부슈카는 제니와 켄달 제너의 손을 거쳐 그랜마 코어의 핵심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 촌스러움이 힙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8:2 법칙'의 핵심, 머플러가 '20% 포인트'로

방한 잡화가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한 배경에는 패션업계에서 통용되는 '8:2 법칙'이 있다. 과거 겨울철 방한 잡화는 머플러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법칙이 방한 잡화 시장에 적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8:2 법칙이란 옷차림의 80%는 심플한 기본 아이템으로 구성하고, 20%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채우는 스타일링 방법이다. 이 법칙에서 바라클라바·바부슈카·머플러 등 넥 라인 주변 아이템들이 '20% 포인트'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추위가 찾아왔을 때 이들 아이템은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대표 아이템이 된다. 스카프나 머플러를 통해 입고 있는 옷의 컬러와 질감의 대비를 만들 수 있어서다.

최근 다양한 패턴과 컬러의 페이크 퍼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며 그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특히 새까맣고 긴 기장감의 코트에 벌키한 실루엣의 머플러를 두르면 칙칙해 보일 수 있는 룩을 세련되게 완성할 수 있다. 두꺼운 퍼 코트를 입기엔 이른 지금 날씨에 머플러가 적당한 액세서리로 소비되기도 한다.


 

머플러 - 바라클라바 스타일링 콘텐츠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SNS상에서는 일상템인 머플러로 바라클라바처럼 연출하기, 바부슈카처럼 연출하기 콘텐츠가 확대되며 머플러에 대한 활용도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별도의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고도 이미 가지고 있는 머플러 하나로 다양한 트렌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단품에서 '코디 세트'로 진화한 머플러

머플러가 스타일링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패션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명품부터 글로벌 SPA, 국내 브랜드까지 단순히 넥 아이템을 파는 것을 넘어 아예 코트와 세트로 구성한 '토털 솔루션'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 셀린느(Celine)는 '스카프 재킷 - 울 클로스'를 통해 탈부착 가능한 스카프를 갖춘 재킷을 선보였다. 스카프에 셀린느의 시그니처 '트리옹프' 스냅 버튼이 부착되어 있고, 새틴 파이핑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셀린느 '스카프 재킷 - 울 클로스' ⓒ셀린느 공식 홈페이지
 

국내 SPA 브랜드 미쏘(MIXXO)는 25FW 머플러 컬렉션을 공개하며, 솔리드부터 체크까지 다양한 패턴은 물론 삼각형·날개사 등 독특한 실루엣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삼각 니트 머플러'는 펼쳤을 때 삼각형의 형태를 띄는 것이 특징으로, 바부슈카처럼 머리 또는 목에 두르거나 허리춤에 둘러 감각 있는 스타일링을 연출하기 좋다.

로엠머플러 세트 롱 코트로 차별화했다. 카멜, 아이보리 컬러로 구성된 이 제품은 카라가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코트에 같은 색상 머플러를 세트로 기획했다.

머플러를 두르면 풍성하고 따뜻한 느낌을, 머플러를 빼면 깔끔한 도시적 감성을 연출할 수 있다. 머플러는 코트에 단추로 고정할 수 있는데, 단추에도 로엠 브랜드명이 각인돼 부자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이 외에도 퍼 머플러, 캐시미어 블렌드 머플러 등 다채로운 컬러와 실루엣의 머플러 상품을 선보이며 2030 여성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로엠은 1991년부터 30년간 로맨틱 시장을 지키며 대한민국 여성의 로맨틱 라이프스타일을 이끌어온 브랜드다.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2030 여성을 위해 머플러 탈부착이 가능한 코트를 준비한 것이다.

멋지게 추위를 이기는 새로운 겨울 패션

명품부터 글로벌 SPA, 국내 브랜드까지 집중하고 있는 '넥 아이템'. 군용품에서 시작해 명품 브랜드의 재해석을 거쳐 MZ세대 일상 속 패션템이 된 방한 아이템들. 그 중심에 머플러가 있다.

숨겨야 할 실용품에서 드러내야 할 패션 요소로, 단품에서 코디 세트로 진화한 머플러. MZ세대는 이제 "어떻게 멋지게 추위를 이기느냐"를 고민한다.

올 겨울, 머플러 하나로 8:2 법칙의 20%를 완성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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