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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08.08

Tuesday

▲본향을 떠나온 나, 225x18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7


바링허우 작가들을 언급하는 여러 논평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까오판(高帆) 또한 이 시대 전형적인 청년의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은 더 이상 거대담론을 쫓지도, 깊은 기억의 상처와 역사의 응어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그들은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내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의견을 말할 때에도 에둘러 표현하기 보다는 직설적으로 발언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앞선 세대의 작가들보다 자기 표현에 능숙하다. 동시대미술의 불분명한 범주 안에서 결코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를 이용해 주도적으로 작업을 이끌어간다.

바링허우 작가들은 전통교육과 새로운 현대문화 사이의 격렬한 충돌과 모순 속에서 부모의 적극적인 후원과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내면에는 전통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함께 자기중심적인 개성이 동시에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사회의 여러 변화에 대해 매우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동양과 서양 문화의 충돌과 변이에 유연하게 반응하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인터넷, 전자매체, 정보화, 이미지화 등의 복잡다단한 문화적 충돌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전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50x6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7 


그는 한 이미지를 오랫동안 멍하니 응시할 때 그 이미지가 현실과는 다른 세계와 상황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과 꿈속에서 본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작업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속에 등장하는 풍선이나 화분 등은 현실세계의 일상적인 역할을 상실하고 전혀 다른 느낌과 의미로 환기되어 보여진다
하나의 사물에 잠재하는 또 다른 성질을 표현해내면서 모든 이미지에 역동성을 더한 것이다
.

세월의 가위, 180x225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6


작업 초기의 특징은 까오판이 재학시절에 완성한 “희망의 숲에서 날다”와 “전진” 연작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작품은 미학적 가치와 맥락에 대한 탐구라기 보다는 작가 개인의 삶과 생존에 관한 고민이 담겨있다. 작가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미술대학에 큰 포부를 품고 들어왔는데, 막상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IT기술로 점철되어 버린 혼란한 세계였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이미지를 매우 빠르고 쉽게 만들어내고 전파할 수 있었다. 또한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시각적으로 매우 강렬하고 매력적이었기에 그 안에 깊숙히 빠져들기가 쉽다. 일단 이 세계에 몸이 속박되어 버리면 정작 자신의 생각과 꿈을 펼칠 자유로운 공간을 찾아 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인류 생존방식의 일대 전환기라 할 수 있다.

바링허우 작가 까오판은 “물성과 마음(?心)”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그의 작품은 주제에 따라 크게세 시기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작품 전개 과정에서 작가는 최근 몇 년간의 일상 경험과 예술의 미학적 탐구를 연결짓고자 노력해왔다.

▲도시, 160x14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5


이번 전시 제목인 Into the Woods는 숲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구현된 
책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는 대신 동영상과 데이터 검색으로 쉽고 간편하게 지식을 수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정작 우리의 사고력은 퇴화되는 듯하다. 까오판은 작품을 통해 결국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은 꿈 속뿐이며 문득 이러한 상황을 깨닫는다 하더라도 이미 주변의 것들에 익숙해진 터라 상황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오늘날 우리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천개의 얼굴, 80x10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6

 

오판의 두번째 연작 “막연함”, “소멸된 개성”, “정보 충전”, 그리고 “도시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순적인 생존방식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개성의 시대라고 일컬어 지는 요즘 범람하는 인터넷 매체로 각종 트랜드가 우리 사회를 휩쓸면서 정작 각자의 개성은 지워지고 획일된 유행으로 대체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담고있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예수의 십자가 구원처럼 인류에게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였지만, 결국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을 잃어버렸다. 불안한 인간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가상현실 속의 자극적인 세계에 집착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더욱 속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은 까오판의 “충전”에서 잘 드러나는데, 작가는 현존하는 상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함 뿐만 아니라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도 함께 보여준다. 이렇듯 이 시기에 까오판의 작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하나의 사회현상을 화폭에 옮겨 단순한 독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 고민과 생명을 품고 있는 시간에 대한 탐구로까지 개념적 확장을 꾀하게 되었다.

 

 ▲세월의 무게, 225x18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7


이 시기를 거치면서 생명이라는 주제는 작품 속에서 더욱 단순하고도 솔직하게 표현되었다. 오늘날 전 세계를 장악한 인터넷 매체에 대항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안에서 생명의 가치를 담고 있는 진실된 표상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편이 더 의미있다고 작가는 판단하고 있다. 시간과 꿈, 그리고 진실로 이루어진 존재의 가치를 찾던 과정에서 까오판은 그만큼이나 많은 우리의 위선과 거짓, 욕망을 마주하게 되었다. 작가는 “천개의 얼굴
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로 행동하는 우리의 불편한 모습을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작품 “지식의 무게”와 “빛과 어둠의 차이에서 참과 거짓, 사실과 허구, 빛과 어둠, 현실과 욕망의 대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소멸된 개성, 100x15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5

 

까오판은 최근의 작품 “세월의 가위”와 “세월의 무게” 연작에서 붙잡을 수 없는 시간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무력감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주어진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기를 바라는 기대와 노력을 담고있다. 특히 “꿈에는 날개가 없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작가는 비록 날개가 없어 꿈에 다다르기는 쉽지 않지만, 그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높이 그리고 가장 멀리 날아오를 것이라는 결심을 보여준다.

 

▲숲, 70x85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5


까오판은 관람객의 공감을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경험한 이 시대에 대한 고민과 탐구의 과정을 작품 안에 솔직하게 담아낼 뿐이다. 그의 고민은 단순히 개인의 것이라기 보다는 극심한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놓여진 청춘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가면을 쓴 인물에 눈동자가 없는 것처럼 오늘날 청춘들이 삶은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렇지만 까오판은 그 안에서 여전히 큰 가능성과 꿈을 찾고 있다. 바로 이것이 작가가 끊임없이 조형적 탐구와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작품 속 텅 비어있는 눈동자가 어떤 모습으로 채워질지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
 

■ 작가 약력

까오판 (
高帆 Gao Fan)

2011 사천미술학원 유화과 학사 졸업
2014 사천미술학원 유화과 석사 졸업 

수상 및 주요 경력

2011 중경 현대예술중심 탄극사 작업실 입주
      탄극사 "목격”전
      사천미술학원 대학원생 재학전 
2012 E.LAND 창작 장학금 수상
2013 “夏木可人” 전시
       제 20기“실험주의 서사” 유화전
       “열색청황전 –중국당대 백명 우수 청년작가 유럽기행 예술연합전
       중경청년미술가 비엔날레 참여
2014 E.LAND창작 작학금 수상 (석사
2015 “미래 향한 시선” 3인전 (밀알미술관)
2016 “도시의 변천” 상해청년 예술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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